실손보험 악용한 의료사기…비급여 시술 남용한 의사 실형 선고
최근 경남 창원에서 발생한 보험사기 사건은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과 실손보험 제도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창원지방법원은 실손보험금을 노리고 고의적으로 비급여 시술을 남용하고, 허위 진단서와 입원 기록까지 조작한 60대 의사 A 씨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이에 따라 실손보험제도, 비급여 시술, 의료윤리 등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불필요한 시술 강행…보험금 편취 목적
A 씨는 병원의 대표원장으로서 브로커들과 결탁해 환자를 유인하고, 비급여 의료 시술인 갑상선결절 고주파 절제술을 다수 시행했다. 더 큰 문제는 해당 시술이 대부분 불필요한 상황에서 이뤄졌으며, 환자 선정에서 사후 처리까지 모두 보험금 청구를 목표로 한 ‘의도된 사기’였다는 점이다.
갑상선결절 시술, 꼭 필요했을까?
갑상선결절은 대개 양성으로 판명되는 흔한 질환이며, 2cm 미만의 작은 결절일 경우 치료를 요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진료 지침이다. 그러나 A 씨는 초음파 검사만으로 결절 여부를 파악해, 충분한 설명이나 동의 없이 시술을 권유했고, 여기에 들어간 시술비와 입원비는 실손보험을 통해 환자들이 환급받았다.
총 33명의 환자가 약 9700만원 상당의 보험금을 수령한 반면, A 씨는 시술비 명목으로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 이는 의료인이 국민 건강을 지키는 기능이 아닌, 경제적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자격을 악용한 사례로 평가된다.
환자 알선 브로커까지 동원된 조직적 사기
의사 A 씨는 단독 범행이 아니었다. 그의 아내이자 병원 운영을 총괄한 B 씨와, 브로커 3명도 공범으로 함께 기소되었으며, 피해 규모나 범죄 수법의 조직적인 성격에서 중형이 불가피했다.
브로커 알선, 시술비 수수료까지
브로커들은 1인당 최대 1억 원 이상을 알선 수수료로 받았고, 환자 1명당 20만~80만 원을 지급받는 구조였다. 이처럼 민감한 의료 서비스가 ‘브로커 영업 대상’으로 전락한 현실은 의료 서비스의 신뢰를 근본부터 흔든다.
뿐만 아니라, A 씨는 시술 기록 혹은 진료 내역이 보험금 청구에 불리하게 작용할 경우 직접 삭제하거나 직원에게 삭제를 지시하는 등 사후 조작에도 적극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 "고의적·지능적 사기…죄질 무겁다"
창원지법 형사7단독 이효제 판사는 A 씨에게 징역 2년과 벌금 500만원을, B 씨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브로커들은 역할에 따라 징역 2년 6개월에서 벌금 500만원까지 각각 선고받았다.
이 판사는 "의사는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는 직책임에도 불구하고, 보험사기를 위한 서류 조작까지 지휘·감독하며 범행을 주도했다"며 심각한 책임을 지적했다.
또한, B 씨는 사건 은폐를 기도한 정황과 함께, 병원 근무 중이던 한 직원과의 갈등으로 가래침을 뱉는 폭행 사건도 별도로 인정됐다. 그 역시 형량에 반영되었다.
실손보험 제도의 허점 노린 범죄
실손보험, 과연 만능인가?
실손의료보험은 의료비 부족에 대비한 국민의 안전망으로 출발했지만, 도입 이후 의료 남용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비급여 항목의 기준이 모호하고, 병원이 자의적으로 시술을 권유하는 구조에서는 보험금이 남용되기 쉽다.
이번 사례는 의료인이 의도적으로 실손보험을 유도해 사익을 챙긴 대표적인 경우다. 뿐만 아니라 환자 본인들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 아래에서 시술을 거부하기 어려운 심리적 압박도 존재한다.
병원-브로커 공모 구조, 제도 개선 시급
브로커가介入된 환자 알선 행위는 과거 미용시술 업계에서 주로 문제가 되었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반 병·의원에도 브로커의 영업망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는 단순 의료 윤리 위반을 넘어, ‘의료서비스 시장화’라는 더 큰 문제로 귀결된다. 상업적 알선이 자유롭게 이루어진다는 것은 의료시장이 이미 자정능력을 상실했음을 보여준다.
왜 이런 의료사기가 계속 발생하나?
제도적 미비와 단속 부재
가장 큰 문제는 의료사기에 대한 단속이 사후처리에 국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대다수 보험사도 이들 사기 행위에 대응하기 어려웠고, 시술 당시 진료 내역이 위장된 상황에서 피해 규모를 적기에 파악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웠다.
게다가, 대한민국 의료법상 브로커의 환자 알선이 명백히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은 실질적인 관리감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의료서비스에서 상업적 유인 제거해야
환자는 전문적인 의료 판단을 믿고 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으며, 이 신뢰를 악용한 치료는 단순 형사범죄 그 이상이다. 병원 수익을 늘리기 위해 불필요한 치료를 하고 이를 환자에게 비용 부담 없이 제시하는 구조는 본질적으로 국민 건강 뿐만 아니라 전체 국민의 보험료 부담을 증가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실손보험 사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과제
의료정책 전면 재검토 필요
정부와 보건당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실손보험 관련 정책과 인증 시스템에 대해 전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특히 다음과 같은 방안 모색이 절실하다:
- 비급여 시술의 산정 기준 및 환자 동의 절차 강화를 통한 '상세 진단서 의무화'
- 브로커 알선 및 병원 간 결탁 적발을 위한 사정기관의 집중 단속
- 실손보험 청구에 대한 사전검토 시스템 운영 및 자동화
국민 인식 개선 및 정보 제공 증가
정상적인 치료와 보험 청구 사이에는 분명한 선이 있다. 실손보험으로 치료비를 돌려받을 수 있다는 점은 편리하지만, 이를 통해 사익을 취하거나 이용되기 쉬운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환자 본인의 인식 전환도 중요하다.
환자가 의료기관에서 어떤 시술을 받는지, 그것이 필요한지에 대한 충분한 정보 제공과 질의권 보장이 필요하며, 국민들이 ‘보험금이 나오니까 괜찮다’는 안일한 태도를 버리도록 교육과 홍보 전략도 강화되어야 한다.
마무리: 신뢰를 되찾기 위한 첫 걸음
의료는 생명을 다루는 분야다. 단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환자를 도구화한 이번 사건은 그만큼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안겼다. 실손보험 제도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료 서비스는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 앞에 우리는 서 있다.
이번 판결은 단지 한 명의 의사에게 내려진 형벌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 의료제도에 보내는 경고이자 자성을 요구하는 메시지다. 신뢰를 되찾기 위한 첫 걸음은 ‘제도의 실효성’과 ‘윤리의식 회복’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