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자금대출, 불법 영업의 그늘이 덮치다”25.12.26 16:17:46.No. 1766733466

정책자금대출, 불법 영업의 온상이 되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위한 정부의 정책자금대출 제도가 본래의 취지를 잃고 있다. 정부의 예산으로 사회적 약자에게 낮은 금리의 대출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악용하는 불법 영업 행위가 곳곳에서 성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보험 끼워 팔기’와 ‘서류 조작’이라는 두 가지 수법이 정부 정책의 헛점을 이용해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정책자금대출이란 무엇인가?

정책자금대출은 일반적인 상업 금융기관이 아닌, 정부기관(중소벤처기업부 등)이 예산으로 제공하는 대출이다. 낮은 금리(최저 연 2%대)로 최대 1억 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소상공인과 청년, 장애인 소유 기업 등에게 환영받는 정책이다.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장애인 기업 지원자금, 청년 고용 연계자금 등이 있으며, 매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2024년에는 19개 상품이 제공되었고 총 대출규모는 9조 원에 달했다.

하지만 수요가 늘며 복잡한 신청 절차나 과도한 서류 요구가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고, 바로 이 틈을 비집고 다양한 불법 대행 업체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책자금대출 악용의 실태

대행 수수료 대신 보험 가입? '보험 끼워 팔기'의 전형

많은 신청자는 정책자금대출의 복잡한 절차를 혼자 진행하기 어렵다. 이에 상담을 가장한 대행업체들이 ‘도움을 주겠다’며 접근한다. 문제는 이들이 단순 상담이 아니라 보험 가입을 조건으로 내건다는 점이다.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수수료를 직접 받지 않는 대신, 특정 대형 보험사의 종신보험이나 고액 보험 상품에 가입하라고 강요하는 경우들이 보고됐다. 상담업체들은 “보험료는 전액 환급된다”며 안심시킨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보험 가입으로 얻게 되는 수백만 원의 수당이 있다는 사실이 숨겨져 있다.

이는 명백한 보험업법 위반이다. 보험법에 따르면 금품 또는 부당한 유인을 매개로 한 보험 계약 체결은 불법이며, 정책대출 대행은 법적으로 ‘금품’에 해당할 수 있다.

지적되는 문제는 보험을 미끼로 한 명목상의 컨설팅 행위가 이제는 일종의 산업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상담 업체는 빌딩 한 층을 통째로 사용하는 직원 수십 명 규모의 기업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허위 서류 조작, 기획된 불법도 등장

정책자금대출은 서류 요건이 까다롭다. 많게는 15가지 이상의 서류를 필요로 하고, 매출 실적, 수출 증명, 연구소 보유 등 각종 증빙이 필요하다.

이를 악용한 대행업체는 허위 수출 실적 증명서를 조작하고, 존재하지 않는 ‘부설 연구소’를 만들어낸다. 심지어 ‘연구소장’ 역할에 타인을 앉혀 사진만 찍어 제출하고, 대가로 돈을 지급하는 방식까지 활용되고 있다.

이 같은 수법은 실제 피해자를 낳고 있으며, 해당 방법으로 2억 원이 넘는 자금을 대출받은 사례도 확인됐다. 이 모든 과정이 법의 사각지대에서 무방비로 진행되는 실태는 충격적이다.

서류 조작과 보험 가입, 왜 이런 일이 가능한가?

핵심은 높은 수수료 구조와 단속의 부재에 있다. 보험가입 1건당 대행업체에 돌아가는 수당은 종신보험 기준 약 700만 원에 달한다. 월 100만 원짜리 보험만 유치해도 일반 직장인 이상의 수익이 발생한다.

이에 따른 유혹은 커지고, 불법이라 해도 단속이 미비하다는 것이 보험 판매조직들의 인식을 강화시키고 있다. 실제로 정부에 자진 신고한 사례자조차도 정식 접수를 받지 못하고, 오히려 불이익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에 따르면 정책자금대출이 5년간 9만 6천여 건 시행되었지만, 이와 관련된 신고 접수는 고작 13건에 불과하다. 현실적으로 많은 신청자가 불법적 관행을 알고 있음에도 침묵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정책 실패를 막기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

무대응에 가까운 정부 기관…TF 구성에 의미 있을까

문제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정책대출 관리 기관들의 적극적인 대응은 부족했다. 이에 KBS 보도 이후, 중소벤처기업부는 경찰, 금융감독원과 함께 TF(태스크포스) 구성을 발표하며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TF는 불법 보험영업과 서류 조작에 대한 전수조사, 제도 개선을 포함한 실행계획을 설계할 예정이다. 그러나 TF만으로는 실질적인 단속이나 처벌 체계가 확보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예를 들어, 중소벤처기업부는 수사권이 없어 단순 신고 접수에 머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실효성 있는 대응을 위해서는 금융위원회, 경찰청, 국세청 등 권한을 가진 기관의 공조가 필수다.

소비자가 지킬 수 있는 3가지 수칙

이러한 기형적인 구조 속에서도, 지원금을 신청하고자 하는 소상공인이나 창업자들이 스스로 지켜야 할 주의사항이 있다.

1. 정책자금대출은 ‘무료’로 직접 신청 가능

정책자금대출은 원칙적으로 온라인 또는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스스로 신청할 수 있다. 대행이나 컨설팅이 필요한 구조가 아니며, 상담이 필요할 경우 중소벤처기업부나 소상공인지역센터 등 공공기관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2. 보험 가입과 대출은 전혀 무관

보험은 전혀 의무사항이 아니며 대출 조건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만약 누군가 보험 가입을 요구한다면 확실한 불법 행위로 의심하고 신고해야 한다.

3. 지나치게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제안은 의심하라

가짜 서류로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는 제안은 결국 치명적인 법적 리스크를 동반한다. 본인의 서류가 조작되었을 경우, 위법의 책임은 신청자에게도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

결론: 제도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

정책자금대출은 수많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희망줄이다. 그러나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는 악성 업체들로 인해 오히려 소상공인들이 피해자가 되고 있으며, 이러한 현실은 제도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

정부는 불법 영업 행위를 단호히 철퇴하고, 신고자 보호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공공 데이터 기반의 신청 프로세스를 단순화하고, 정보 격차를 줄이기 위한 홍보와 교육이 시급하다.

정책의 온전한 작동은 단 한 사람의 피해로부터 출발한다. 허위와 기만이 유통되지 않는 정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모든 당사자의 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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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김진화 기자 (evoluti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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