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병원 지정 기준에 ‘전공의 배상보험’ 의무화, 왜 필요한가
대한전공의협의회가 보건복지부에 ‘전공의 배상보험 의무 가입’을 수련병원 지정 기준에 명시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는 최근 의료 현장에서 생명과 직결된 필수진료과 기피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전공의들을 법적, 경제적으로 보호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이번 요구는 단순한 정책 개선 제언을 넘어, 의료계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반영하고 있다. 본 글에서는 왜 전공의 배상보험 의무화가 필요한지, 현재 제도의 한계는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변화가 요구되는지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 전공의 배상보험이란?
전공의 배상보험은 수련 중인 레지던트(전공의)들이 진료나 의료 행위 중 발생할 수 있는 의료사고에 대비해 가입하는 보험이다. 이는 환자와의 충돌, 의료 과실 등으로부터 전공의를 보호해주는 법률적/경제적 안전망 역할을 한다. 특히, 아직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지 않은 상태에서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전공의에게는 필수적인 보호장치다.
전공의 배상보험 의무화의 필요성
🏥“병원 재량에 맡기면 사각지대 생긴다”
전공의 배상보험과 수련병원 지정 기준 연계 필요
박창용 대한전공의협의회 정책이사는 지난 12월 27일, 가톨릭대학교 성의회관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정책 간담회에서 ‘전공의 배상보험을 수련병원 지정 기준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는 수련병원의 재량에 따라 전공의 배상보험 가입 여부가 결정된다”며, “이 경우 재정이 취약한 지역 중소병원의 전공의들이 보호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고 우려했다.
🧾 형사 책임의 전면에 서 있는 전공의
최근 10년간 의료사건과 관련한 통계는 전공의들이 얼마나 위험한 법적 위치에 노출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대한응급의학회지에 따르면, 2012~2021년 응급의료 관련 형사 사건 피고인 28명 중 전공의가 9명(32.1%)으로, 전문의(17명) 다음으로 많았다.
이는 교육을 받는 수련의 단계에서도 전공의들이 고위험 환경에서 실질적인 판단과 처치를 해야 하며, 그로 인한 문제가 생길 경우 궁극적인 법적 책임까지 떠안게 될 수 있음을 방증한다.
정부 대책 분석과 그 한계
📉 기존 정부 보험 지원의 한계
정부는 현재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심혈관흉부외과·응급의학과·신경외과·신경과 등 8개 과의 전공의를 대상으로 배상보험료를 일부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이 정책이 매우 제한적이라며 “수많은 과의 전공의가 보험 혜택에서 제외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이사는 “형사 보호조치 없이 제공되는 보험은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형사 특약’ 조항의 도입과 함께 보다 광범위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형사 특약이란 무엇인가?
⚖️ 법적 부담 최소화 위한 핵심 조항
전공의 배상보험에 포함되어야 할 형사 특약은, 의료 행위로 인해 형사 사건에 휘말렸을 때 변호사 선임 비용, 법률 조력, 벌금 보조 등 구체적인 형사 절차에 대한 지원을 포함해야 한다는 의미다.
의료행위는 항상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수반하기 마련이고, 특히 중환자 진료가 많은 필수과목에서는 단순한 과실이 형사적 문제로 발전하기도 쉽다. 이미 복잡한 수련과 의학 지식 속에서도 버거운 전공의에게 이러한 법적 책임까지 지우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지적이다.
전공의 기피현상과 의료시스템 붕괴의 연결고리
👨⚕️ 필수과목 기피…누가 우리의 생명을 맡는가?
전공의 배상보험 논의의 본질은 단지 보험이 아닌 ‘의료시스템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돼 있다. 최근 의료계에서 소아청소년과, 외과, 산부인과 같은 필수 의학 분야의 전공의 지원이 극심하게 감소하고 있는 현상은 사회 전체에 위협이 된다.
이들 과목은 생명과 직결되고, 응급 상황이 잦은 것은 물론, 의료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전공의들이 기피하는 대표적 과다.
전공의 배상보험은 이러한 구조적인 기피 원인을 완화시키는 최소한의 장치가 될 수 있으며, 필수의료 기반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는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실효성 있는 배상보험을 위한 제언
📌 형사 특약 포함, 과목별 위험도 반영 필수
전공의협의회는 배상보험이 실효성을 가지기 위해 다음과 같은 조건을 제시한다.
- 전공의 보험 가입 ‘의무화’
- 병원 재정과 무관하게 국가 또는 지자체가 실질적 지원 수행
- 보험에 형사 특약 반드시 포함
- 전공과목별 위험도를 반영한 배상한도 설정
이러한 조건들이 갖추어질 때 비로소 전공의들은 의료행위에만 집중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환자에게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 '보장 없는 헌신'은 지속 불가능하다
현재의 의료시스템은 전공의들의 헌신을 당연시하면서도 그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기반은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는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민 건강권이라는 거대한 담론으로 확장되는 문제다.
‘보장 없는 헌신’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전공의 배상보험의 의무화는 단지 보험가입 권고의 수준을 넘어, 생명을 다루는 의료 현장을 지탱하는 실질적인 제도적 기반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사법 리스크 속에서 위축되는 전공의들을 방치할 것인가, 아니면 그들을 보호함으로써 국민 건강을 지킬 것인가. 이제는 정부와 의료기관이 응답할 차례다.
🗝️ 주요 키워드 정리
- 전공의 배상보험
- 수련병원 지정 기준
- 형사 특약
- 전공의 보호
- 필수과목 전공의 기피
- 의료사고 법적 책임
- 의료분쟁 형사처벌
- 보건복지부 정책 간담회
- 배상보험 제도 개선
- 의료시스템 지속가능성
※ 이 글은 2025년 12월 27일 연합뉴스 보도를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으며, 관련 정책 논의의 객관성을 갖추기 위해 팩트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