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현장 법적 리스크에 노출된 전공의, 배상보험 의무화가 왜 필요할까?”25.12.27 17:02:42.No. 1766822562

전공의 배상보험 의무화, 수련병원 지정 요건에 포함해야 하는 이유

의료 현장에서 일어나는 사법 리스크가 전공의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특히 생명과 직결되는 응급 상황이나 필수 의료과목에서 발생하는 의료 사고 시, 형사 책임을 피하지 못하고 독박을 쓰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수련병원 지정 시 ‘전공의 배상보험’ 가입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의료계에서 점점 더 분명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왜 전공의 배상보험이 필요한가?

전공의는 의료 체계 내에서 ‘교육받는 의사’의 위치에 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종종 환자의 생명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책을 맡게 되고, 그로 인해 의료 사고 시 형사 고발 대상이 됩니다. 실제로 대한응급의학회지에 발표된 바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1년까지 발생한 응급의료 관련 형사 사건에서 피고인 중 전공의의 비중은 무려 32%로 나타났으며, 이는 전문의 다음으로 높은 수치입니다.

이와 같은 수치는 전공의들이 단순한 보조 인력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의료 책임의 전면에 나서 있음에도, 법적 보호 장치가 미비하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한창 교육을 받고 있는 의사가 의료 사고에 따른 형사책임과 민사책임을 모두 떠안게 되는 구조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수련병원 지정 시 배상보험 의무화 필요성

박창용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정책이사는 최근 보건복지부와의 정책 간담회에서 “배상보험 가입을 병원 재량에 맡길 경우, 재정이 열악한 병원에서는 여전히 아무 보호조치 없는 전공의들이 발생하게 된다”며, 수련병원 지정 시 배상보험 의무가입 요건을 명시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보험 의무화는 단지 보험료 납부의 문제가 아니라, 전공의가 마음 놓고 교육받고 의료 행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안전망입니다. 전공의가 법적 불안감에 위축되어 의료 현장에서 소극적으로 되거나, 혹은 필수 과목을 기피하게 된다면 장기적으로 한국 전체 의료 체계의 붕괴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필수 의료 기피, 사법 리스크가 주원인

최근 중증 필수 과목(산부인과, 외과, 내과 등) 전공의 지원율이 급감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매우 단순합니다. 생명을 다루는 과목일수록 사고 시 형사 처벌 위험이 높기 때문입니다. 박창용 이사는 “설령 무죄 판결을 받더라도, 수사과정에서의 압박과 정신적 고통, 사회적 낙인이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흔든다”고 말하며, 단순히 과목의 난이도 문제가 아니라, 전체적인 법적 환경이 전공의들의 기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현행 제도는 아직 불완전한 형태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특정 과목에 한해 배상보험료 일부를 지원하고 있으나, 이는 전공의 전체를 망라하지 못하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더구나 가장 핵심적인 형사특약, 즉 형사책임에 대한 보호 조항이 빠져 있어 사실상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많습니다.

“형사특약 없는 배상보험은 무의미”

보험의 목적이 ‘보호’라면, 전공의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범위를 포함해야 합니다. 현재 배상보험은 대부분 민사 책임 보장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고, 형사 고발 시의 법률 지원이나 소송 비용,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은 빠져있습니다.

박 이사 및 대전협 측은 “형사특약이 빠진 보험은 속이 빈 껍데기와 다름없다”며, 전공의 배상보험 체계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 반드시 형사 책임까지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과목별 위험도를 반영해 배상 한도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예를 들어, 외상센터나 분만의료기관 등 고위험군 병원에는 더 넓은 보장범위와 높은 한도의 보험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전공의 배상보험: 단순 보험을 넘어 제도적 안전망

결국 전공의 배상보험은 단순한 보험 가입의 문제가 아닌, 전공의 보호를 위한 법적·제도적 정비입니다. 국가 차원의 배상보험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수련병원의 인증 요건으로 포함해야 함은 시대적 요청입니다. 이를 통해 전공의가 본연의 역할인 ‘배워가는 의사’로서의 책임과 안전을 공존할 수 있는 의료 환경을 마련해야 합니다.

전공의가 안심하고 교육받고, 필수 의료 분야의 역량을 키울 수 있어야 한국 의료의 미래가 보장됩니다. 이제는 단순히 개인 병원의 재량에 맡기기보다는 국가 차원에서 구조적 개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 지금이 전공의 배상보험 의무화의 적기다

전공의 배상보험 의무화를 수련병원의 지정 요건에 포함시키는 것은 전공의를 보호하고, 대한민국 필수 의료체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첫걸음입니다. 의료사고는 어디에서든 발생할 수 있지만, 그 책임이 교육 중인 전공의에게만 돌아가서는 안 됩니다. 전공의 역시 보호받아야 할 존재이며, 우리 사회와 정부는 지금 그들에게 응답해야 합니다.

따라서 보건복지부와 의료계 모두가 함께 논의하고 제도 개선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입니다. 전공의를 보호하는 올바른 보험 제도, 그것이 지속 가능한 의료 시스템의 핵심 열쇠입니다.